Svetlin Roussev

독보적인 음색과 탁월한 비르투오시티로 바이올린 황금기의 전통을 잇는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는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자, 그리고 바이올린으로 앙상블과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디렉터로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방대한 레퍼토리는 바이올린 비르투오소 문헌의 가장 극한에 이르는 작품들부터 바로크와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며, 그 안에는 불가리아에서 시작된 자신의 음악적 뿌리와 프랑스에서 이어받은 프랑코-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의 전통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루세브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로열 리에주 필하모닉, 함부르크 심포니커, 스페인 RTVE 심포니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조르제 에네스쿠 필하모닉, 보고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 등과 협연했다. 파블로 곤잘레스, 조나단 노트, 도야마 유조, 델랴나 라자로바,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 프랑수아-자비에 로트, 바한 마르디로시안, 예후디 메뉴힌, 리오넬 브랑기에, 마렉 야노프스키, 정명훈, 에마뉘엘 크리빈, 에밀 타바코프 등의 지휘자들과 함께했다.

바이올린으로 앙상블과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활동은 오래전부터 루세브의 음악 경력에서 중요한 축을 이루어왔다. 2000년부터 유럽과 아시아의 다양한 앙상블과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왔으며, 2007년 당시 예술감독 정명훈의 초청으로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초대 악장을 맡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022년에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음악가들과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음악가들이 함께하는 국제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GHP)의 창단에 참여했다. GHP의 음악감독으로서 루세브는 지휘자 없이 바이올린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그의 음악적 리더십 아래 GHP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서곡 전곡, 라벨의 관현악 작품 전곡을 연주했으며, 현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과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협주곡을 함께 선보이는 대규모 2개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내악 역시 루세브의 음악적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오랫동안 첼리스트 프랑수아 살크, 피아니스트 엘레나 로자노바와 루세브–살크–로자노바 트리오의 멤버로 활동해왔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도 오랜 음악적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러한 협업은 음반으로도 이어져 Midnight Bells와 2024년 Naïve에서 발매된 Love Music 등에 함께했다.

루세브의 디스코그래피는 폭넓은 음악적 관심과 자신의 음악적 뿌리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함께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불가리아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판초 블라디게로프의 음악은 특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루세브는 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들로 한 장의 음반을 만들었으며, Fire and Ice에서는 블라디게로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함께 녹음했다. 이는 블라디게로프의 음악을 보다 넓은 국제 청중에게 소개해온 루세브의 오랜 노력을 보여준다.

프랑코-벨기에 바이올린 악파와의 연결은 외젠 이자이의 음악에 대한 오랜 탐구에서 특히 뚜렷하게 드러난다. 2008년 De l’école franco-belge du violon, 2016년 Neiges d’antan, 2025년 Poème nocturne에 이르기까지 루세브는 지속적으로 이자이의 음악으로 돌아왔으며, 독주곡과 관현악 작품을 아울러 잘 연주되지 않는 여러 작품까지 음반에 담아왔다.

그 밖에도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전곡을 비롯해 라벨, 그리그, 메트너, 프랑크 마르탱, 하르트만 등의 작품을 녹음했다.

불가리아 루세의 바이올리니스트 집안에서 태어난 루세브는 다섯 살 반에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열다섯 살에 파리 국립고등음악무용원(CNSMDP)에 입학해 데비 에를리와 장자크 캉토로프 등을 사사했다. 2001년 제1회 센다이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청중상, 바흐 협주곡 최고 연주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이에 앞서 인디애나폴리스와 롱티보를 비롯한 주요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2008년 모교인 파리 국립고등음악무용원의 교수로 임용되어 당시 학교 역사상 최연소 교수 중 한 명이 되었으며 현재까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제네바 고등음악원에서도 교수로 재직했다.

루세브는 고국 불가리아의 음악계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가리아 국영 라디오가 선정하는 ‘올해의 음악가’에 이름을 올렸으며, ‘크리스털 리라’를 세 차례 수상했다. 2018년에는 루세 명예시민으로 선정되었고, 2019년에는 공연예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불가리아 대통령 명예훈장을 받았다.

2026년에는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6곡과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곡 전곡을 하루 동안 같은 무대에서 연주한 프로젝트로 불가리아 국영 라디오의 전국 ‘올해의 음악가’ 투표에서 ‘올해의 음악 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 같은 해 9월에는 아폴로니아 예술제의 ‘아폴론 톡소포로스’ 상을 수상했다.

루세브는 소피아 필하모닉의 상주 아티스트 및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고향 루세에서 열리는 국제 마치 뮤직 데이즈 페스티벌의 예술고문으로도 활동했다.

2026–27 시즌은 루세브가 보유한 협주곡 레퍼토리의 놀라운 폭을 보여준다. 불가리아에서는 소피아 필하모닉과 각각의 공연에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에밀 타바코프의 《바이올린, 타악기와 혼성합창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며, 불가리아 국영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는 한 공연에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 3번, 5번을 연주한다. 고향 루세의 국제 마치 뮤직 데이즈 페스티벌에서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하차투리안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그 밖에도 이즈미르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테네리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쇼송의 시곡과 라벨의 치간, 무르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닉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또한 한국, 일본,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각지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세계적인 바이올린 콩쿠르인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다.

스베틀린 루세브는 현재 불가리아 문화부로부터 대여받은 171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론 비트겐슈타인(Baron Wittgenstein)’을 연주하고 있다.